아르메니아 총선서 ‘친서방’ 여당 압승…EU 가입 속도낼 듯

📌 Diğer 📰 Hankyoreh (KR) 🕐 1 saat önce

아르메니아 총선에서 친서방 집권 여당이 과반 가까운 득표율로 친러시아 야당을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가입 등 아르메니아의 서방 밀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8일(현지시각) 아르메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인용해, 전날 치러진 아르메니아 총선에서 집권 여당 ‘시민계약당’이 가장 많은 49.8% 표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계 올리가르히(재벌) 삼벨 카라페티안이 이끄는 ‘강한 아르메니아당’은 23.3%로 여당 절반에 못 미쳤다.

시민계약당 대표이자 현 총리인 니콜 파시냔은 이날 새벽 수도 예레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르메니아의 영속성과 발전을 보장할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그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계속하겠다”며 “(이웃 나라)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한 아르메니아당의 카라페티안 대표 등을 겨냥해서는 “아르메니아에서 범죄적 올리가르히 체제를 최종적으로 뿌리 뽑겠다”며 “이들 세력 지도자들은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아르메니아의 향후 외교 노선을 결정할 갈림길이었다. 옛 소련 구성 공화국인 아르메니아는 소련 해체 뒤에도 러시아와 긴밀히 교류해왔다.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이며 천연가스 수입량의 82%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는 중동 우방국 이란과 국경을 맞댄 아르메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무력 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관계가 험악해졌다.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내 아르메니아계 인구가 많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무력으로 장악했을 때 현지 러시아군이 이를 막아주지 않으면서다. 당시 파시냔 총리는 외교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카라바흐 주둔)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임무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그는 2024년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을 중단했다. 지난해엔 유럽연합 가입 절차를 시작하는 법안을 채택하며 서방에 본격적으로 밀착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지난달 초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의를 예레반에서 열어 화답했다. 유럽 40여개국 정상이 아르메니아를 찾았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회의에 초청했다. 지난달 26일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맺었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니콜(파시냔 총리)의 재선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썼다.

러시아 역시 아르메니아 여론이 친서방으로 기울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7일 아르메니아가 유럽연합 가입 절차를 진행하면 천연가스·석유제품 등의 공급 협정을 중지하겠다고 압박했다. 아르메니아의 주력 수출품인 과일·채소 같은 농산품 수출도 일시적으로 끊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 가입 시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자 유럽연합은 5000만유로(885억원) 규모 재정 지원으로 아르메니아의 피해를 메워주고,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에 못 판 꽃 1만송이를 사들이겠다고 맞받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4일 파시냔 총리와 정상회담 뒤 성명을 내어 “유럽연합은 아르메니아 곁에 굳건히 서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이 시민계약당 압승으로 마무리되면 아르메니아 친서방 행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파시냔 총리는 이날 아침 예레반에서 투표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민주적 개혁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물론 유럽 파트너들의 지원과 함께 말이다”라며 “유럽연합은 민주적 개혁 이행에서 우리의 주요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편 강한 아르메니아당은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법 당국이 선거날 중복 투표 등 59건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9명을 구금한 데 반발한 것이다. 카라페티안 대표는 “수치스러운 선거”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중 입장을 내어 승복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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