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무관심, 국민 탓하지 마라 [왜냐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108만표를 넘어 전체 투표수의 4%에 달했다. 이는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잘 모름·응답 거절’이 44%, ‘지지 후보 없음’이 31%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과연 유권자의 무관심만을 뜻할까?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후보자가 직접 제작한 선전물이 사실상 전부다. 보다 적극적으로 매니페스토 누리집을 찾는다 해도 공약 질의에 응한 후보는 일부에 불과하여, 당선자의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현직 교사이자 교육 정책 연구를 직업으로 삼는 필자조차 이러한데, 일반 유권자는 교육감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유권자 탓인지, 구조 탓인지 따질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는 처음부터 유권자가 관심을 갖기 어렵게 설계된 선거에 가깝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법정 방송 토론이 보장되어 있어 후보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정책을 검증받고 유권자는 후보를 비교할 수 있지만, 교육감 선거는 이에 상응하는 의무 토론 규정이 사실상 없다. 교육감 선거가 공직선거법이 아닌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유일한 선거라는 특수성이 오히려 제도적 공백의 근거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토론도 없고, 체계적인 공약 비교 경로도 없다. 이는 유권자에게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낯선 산을 오르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법적 공백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중립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추천하거나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교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오랜 원칙의 법적 표현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후보들은 특정 정당의 색상을 차용한 펼침막을 내걸고, 차량에 정당 이미지를 덧씌우며, 특정 정치 진영과의 연대를 암시하는 이미지를 선거 홍보에 버젓이 활용했다. 법이 존재해도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실상 공백과 다르지 않다. 그 공백 속에서 후보들은 정책 선거를 할 유인을 잃는다. 공약을 다듬는 것보다 정당의 그늘에 기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 전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가 해마다 정당 선거의 하청처럼 변질하는 것도 이 구조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교육감 공약에 대한 전문적이고 역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이 현장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실현 가능한 재정 기반 위에 서 있는지, 교육적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검증의 주체로 가장 적합한 이들은 교육 현장에서 씨름하는 교사들이지만 현행법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 교사들은 공약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언하는 것조차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이 침묵을 강요받는 구조 속에서, 깜깜이 교육감 선거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감은 연간 수조원의 교육재정을 집행하고 수백만 학생의 교육환경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 무게에 걸맞은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유권자의 무관심을 개탄하기 전에, 국가가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정책 검증이 가능한 토론의 장을 보장했는가. 정당 관여 금지 규정을 선거 기간 중 실효적으로 집행했는가. 공약을 검증할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발언 공간을 허용했는가. 이 질문들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면, 교육감 선거의 낮은 관심은 유권자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알 권리를 막고, 토론을 보장하지 않으며, 불법을 눈감고, 전문가의 입을 틀어막은 제도의 실패가 빚어낸 결과다. 무관심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기 전에, 국가가 먼저 제 역할을 다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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