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반정부 시위대에 군·경 ‘무력 사용’ 길 텄다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남미 국가 볼리비아에서 의회가 비상사태 때 군·경 권한을 확대하는 ‘비상사태 규정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시위 등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현지 매체 엘데베르와 아에프페(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의회는 국가 비상사태와 관련해 엄격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 3분의 2의 지지로 통과시켰다. 13시간이 넘는 밤샘 토론 끝에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비상사태 규정법은 이날 새벽 6시께 행정부로 이송됐다. 해당 개정안은 이미 상원을 통과한 상태로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말 비상사태 때 군 투입을 제한하던 관련 법률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그 후속 조처로, 비상사태 시 군·경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들의 행위에 법적 보호 장치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의회에서도 특히 군과 경찰의 법적 책임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새 규정은 비상사태 기간 중 군·경이 시위대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더라도 해당 행위에 대해 ‘적법성 추정’(제26조)을 부여한다. 적법성 추정은 비상사태 때 군·경의 행위를 원칙적으로 적법한 공무 수행으로 간주하는 조항이다.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 법안이 “국민 학살”을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대표 정치인 안드로니코 로드리게스 쪽은 이 법안이 경찰과 군에 국민을 상대로 강경 진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백지수표”를 쥐여주는 것이라며 “도로 봉쇄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진압 과정에서 경찰과 군이 사실상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소속 카를로스 알라르콘 의원은 “이런 보호 장치는 필요할 뿐 아니라 매우 유용하다”며 “우리의 권리를 파괴하는 폭력에 맞서 국민을 보호하려는 경찰과 군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친기업 중도우파 성향의 파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제 위기 극복과 시장 개혁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이후 추진한 긴축 성격의 경제 개혁과 연료 보조금 폐지,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파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전역에서 도로 봉쇄가 발생해 식량과 의약품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9개 주 가운데 6개 주에 80개 이상의 검문소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시킨 미주의 반마약 카르텔 연합체 ‘아메리카의 방패’는 파스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등 친미 성향 정부들이 참여한 이 연합체는 성명에서 “식량과 의약품 등 필수 물자의 공급을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조장된 도로 봉쇄를 벌이며 볼리비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맞서 싸우고 있는 파스 대통령의 민주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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