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도 강조한 “주권 감수성”, 선관위 개혁 서둘러야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이뤄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주권 감수성 부족이 아니었나 깊은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선거 결과를 바꿀 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초기 대응에 미온적이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며,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참정권 침해’ 문제로 간주해 엄중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시위’가 지난 5일부터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고 일부 참여자가 우려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 주권의 근간이 훼손당한 데 대한 이들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그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이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그간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무풍지대에 놓여 있던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통해 헌법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과 선거 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고, 이날은 4부 요인과 만나 ‘선거 관리 대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선 선관위에 대해 외부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대법관이 비상임으로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선관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합수본은 선관위 면죄부용”이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잠실 시위 참여자들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장 대표를 중심으로 재선거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선거의 재선거는 선관위에 선거소청을 제기해 선관위가 선거무효 결정을 내리거나, 선관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해 선거무효 판결이 나면 이루어진다. 선거 규정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정이 필요하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소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재선거 여부는 법적 절차에 따라 선관위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우선 선관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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