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에 맞선 ‘다극화’ 추진…북-중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전략적 동반자’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통관의 전면적 재개를 비롯해 양국의 경제 교류를 대폭 강화하고,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비핵화’ 언급은 완전히 사라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중 관계를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전략사업”으로 규정하고 “새 시대 조-중(북한과 중국) 우호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인민의 선택이자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핵심 이익 수호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에게 “이번 방문을 계기로 새 시기 조-중(북-중) 관계의 최고위 설계와 전략적 지침을 강화하고 조-중 관계가 시대와 함께 발전하여 더 큰 발전을 이룩하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고위급 교류를 통한 정치적 신뢰 강화 △인민 복지 증진을 위한 실무 협력 △우호 전통을 동력으로 한 유대 강화 △전략적 협력 강화 등 4가지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시 주석이 “국경 통상구 전면 재개통, 민간 항공 노선 및 국제 여객 열차의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왕래를 확대하고 쌍방향 교류를 실현해야 한다”고 한 부분이다. 완공 뒤 10여년 동안 개통하지 못한 북한 신의주-중국 단둥 간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포함해 양국 경제 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양국의 발전 전략 연계를 강화한다”고도 했는데 과거 중국의 대북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 협력 확대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군사·외교 협력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는 ‘조-중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5주년이 되는 해”라며 “양쪽이 외교, 법 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하고, 중요 컨센서스를 잘 이행해 조-중 관계 발전을 위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이날 방북에 맞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중이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 리익(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굳게 지지하고, 전후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면서 북-중 관계가 한반도를 넘어 미-중 경쟁과 북·중·러 협력 속에서 작동하는 국제질서 차원의 중요한 동반자 관계임을 부각했다. 시 주석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모든 야욕과 책동을 반대해야 한다”며 “세계의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세계의 다극화’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대외전략이다. ‘군국주의 부활 반대’는 일본의 재무장에 함께 반대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중 정상회담과 시 주석의 기고에서 북한 비핵화나 남북 관계 등 한반도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2019년 시 주석이 방북할 때 기고문에서 북-미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를 여섯 차례 언급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북-중 관계에서 ‘비핵화’는 더는 우선순위가 아니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사실상 묵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대북 접근 패러다임이 ‘북-미 비핵화 중재자’에서 ‘구조적 대미 견제를 위한 결속력 높은 전략적 동반자’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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